coffee time -詩 김설하

좋은 시/김설하님 시 2009.01.06 11:46

coffee time -詩 김설하


그녀는 유난스레 커피를 마신다
숭늉 마시듯 부리나케 털어 넣고
내가 좋아하는 꽃무늬 스푼을 쪽쪽 빨며
커피 잔을 던지듯 내려놓는다
그녀가 신트림하는 순간
김칫국물 냄새가 난다고
공연히 거북해져서 딴청을 해도
이미 동공을 거쳐 뱃속이 요동친다
그녀는 즐거운 트림이었고
나는 울렁증에 시달린다

그녀는 별나게 커피를 마신다
달콤한 꿀을 빨듯
내가 좋아하는 우윳빛 머그잔을 핥곤
두 손에 감싸서 가슴에 대고 문지른다
그녀의 붉은 입술이 뽀얀 컵에 찍혀서
뱀의 그것처럼 날름대면
공연히 물비누를 흘깃 쳐다보며
입술이 닿은 부분을 빡빡 닦을 심산이다
그녀는 행복한 웃음을 흘리지만
나는 역한 생각에 시달린다

그녀는 우아하고 멋스럽게 커피를 마신다
짙은 속눈썹과 부드러운 시선
내가 아끼는 입이 큰 핑크빛 커피 잔을
정겹게 쓰다듬는다
그녀의 창백했던 얼굴이 발그레해지고
사슴 같은 눈이 탁자를 응시하면
공연히 비어가는 잔에 시선을 빠트린
가는 목선과 손목이 슬프다
그녀는 순한 미소를 던지지만
나는 바늘에 찔린 것처럼 따갑고 아프다

 

저작자 표시
신고

설정

트랙백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