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었다는 건 -詩 김설하

좋은 시/김설하님 시 2013.01.08 05:53
잊었다는 건 -詩 김설하 

해가 뉘엿뉘엿 지는 창가에서 
마지막이 된 찻잔을 마주하고 
무슨 말을 나누었는지도 까무룩 해진 사람에게서 
자음 모음으로 또르르 문자 알림 음에 실린다 

잘 지내느냐는 문장 
자주 소식 넣지 못해 미안하다는 말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하다는 말 
언제 주고받은 인사가 있었는지조차 막연한데 
한번 보고 싶다는 말까지 

잊었다는 건 
한 번도 발을 내려놓지 않고 지나가는 간이역 같은 것 
역사의 낡은 간판에도 마음이 가닿던 날 있었겠지만 
빈 레일을 오가는 바람도 부질없는 일인데 
문득 희미했던 그리움에 등불 켜지는 날 있었는가 
그로 하여 눈가에 이슬 꽃 피는 날 있었는가 

아련한 그 무엇도 남아 있지 않다 말하기도 뜬금없어 
스팸으로 오는 전화나 문자처럼 
수신 거부 목록에 추가 버튼을 누르며 
서로 마음이 닿는 무엇이 없는 관계 
마지막 인사도 어색한 맹물 같은 인연도 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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